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공장 알바 2-3주차 후기

안녕하세요

왜 2주차 때 바로 안 썼냐면, 귀찮았음

원래 일을 벌리면 귀찮아지더라고... 주간 일기도 두 번 쓰고 말았고... 그냥 제가 이런 듯...

 

아무튼 2-3주차 요약: 분노의 5단계 중 수용, 현재 아무 생각 없음

그냥 살아요

집 오면 폰 보다가 자고 새벽에 일어나고 씻고 셔틀 타러 가고 가서 밥 먹고 옷 갈아입고 일하고 밥 먹고 일하고 셔틀 타고 집 오고 그냥 반복임

 

할 말이 없다 어떡하지

 

음 그런데 확실히 자본주의라는 건 징그러운 면이 있는 것 같아... 그런데 이 생각 너무 많이 해서 다시 글로 쓰자니 했던 얘기 또 하는 기분이라 스킵하겠습니다. 아니 그런데 이윤 추구라는 건 왜 이렇게 추잡스러울까... 싫다... 다 쓰지도 못할 물건을 왕창 만들어서 계속 만들고 그냥 계속 만들고 계속 팔고 계속 만들고 진지하게 구역질 나온다... 많이 만들고 많이 팔면 당연히 재고가 남겠지 그러면 그게 다 쓰레기가 되겠지 그러면 그걸 다 폐기하겠지 쓰레기가 끊임없이 나오겠지 그럼 지구가

내가 지구였으면 진짜 인간 다 죽였음

농담이 아닙니다

 

그냥 현세가 지옥도 같다

계속 새로운 걸 만들어 그러면 팔아야겠지 그러려면 소비자들에게 소비를 촉구해야겠지 그래서 유행이 생기고 유행하는 아이템이 한 순간에 모든 것을 휩쓸었다가 다시 사라지고 새로운 유행이 나타나고 그걸 사라고 사람들에게 재촉하고 또 새로운 걸 만들고 새로운 걸 만들어 영원히 그리고 그걸 소비자들은 영원히 사야하고 사게 만들기 위해 자본이 발악하고

이게 지옥도가 아니면 뭘까... 이제 잘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소모품이면 그래 차라리 낫다... 소모품이면 계속 쓰고 새로 사는 것이 부자연스럽지 않은데 문제는 소모품이 아닌 사업들도 이렇게 돌아가죠 특히 패션, 패스트패션, 한 번 사면 계속 입을 수 있는데 다시 사게 만들기 위해 계속 유행을 만들어 그리고 그게 영원히 인스타 돋보기, 틱톡, 유튜브, 릴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뜨고 뜨고 또 뜨고

자본주의는 철저히 실패했고 반박은 안 받습니다

 

어우 싫은 얘기 왜 하고 있지

좋은 얘기 하자

최근 황정은 작가님의 야만적인 앨리스 씨를 전자책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는데요(다른 거 거의 샀는데 야만적인 앨리스 씨는 안 샀고 진짜 도서관은 갈 시간 없음), 이거 개정판이라서 작가의 말도 개정판임. 난 여태까지 계속 구판으로 읽어 와서 처음 보는 작가의 말이 있어서 많이 놀랐는데... 너무... 너무... 하... 와 나는 그 몇 줄만으로도 개정판을 살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음 그래서 그냥 시켰습니다 어떡하지 돈 벌어서 작가님 다 드리겠네

이 문장을 공유하고 싶지만 직접 읽어야 가치 있다고 생각하니까, 읽어보세요

그런데 내가 이 문장에 대해서 왈가왈부 함부로 말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나를 위해 마련된 문장이, 아니기 때문에, 모르겠다 하지만 만인이 이 책을 읽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와 함께 앨리시어와 갤럭시와 야만을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 아 나는 황정은을 왜 이렇게 좋아하지... 그냥 너무 좋아... 황정은이 되고 싶어... 고등학교 도서관의 얼굴도 본 적 없는 전 교장 기부 서가에서, 연달아 꽂혀 있는 황정은 작가님의 소설을 목격했을 때, 그때 내 모든 것은 끝났고 지금은 오로지 황정은 때문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는 모든 것에 잘 질리는 천성을 지닌 인간인데도 누군가를 이렇게나 좋아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 아닐까, 하고

 

그거 아시나요? 교보 신간캘린더에 분명히, 황정은 작가님의 신간이 9월에 나올 예정이라고 써 있었는데, 최근에 다시 들어가보니까 미정으로 바뀌어 있더라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슬퍼요... 살아갈 수 없어요... 괴로워요... 하지만 언젠가 나오겠지... 올해 안에는 나오지 않을까... 그것만을 생각하며 요즘은 살아가고 있습니다. 돈 많이 벌어서 보관용 독서용 전도용 막 3권씩 사야지 하하

양심적으로 한국어가 모국어면 황정은을 읽자

진짜 양심적으로 한국어 사용자라면

 

그리고 이제 다른 얘기

파트에 따라 다른데 일하다 보면 혼자 계속 멍하니 무언가를 보고 있어야 할 때가 있는데, 이 때 저는 보통 속으로 노래를 재생하는 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요즘은 비는 시간에 노래를 자주 듣는데... 더 선명한 재현을 위해 반주에 집중하는 버릇을 들이고 있습니다. 반주의 레이어? 이걸 레이어라고 표현하나요? 아무튼 한 겹 한 겹 따로따로 집중해서 듣다 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듣고 넘기던 노래에 엄청나게 풍성한 레이어가 숨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음악에 진지해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그리고 또 요즘의 버릇, 기성품을 보고 공장 라인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지 생각한다 계속

어떤 식으로 이 모든 제품이 만들어졌을지 생각한다... 대기업 공장의 힐링 식품 제조 공장 유튜브 영상을 찾아본다... 그러한 영상에서 기계가 내는 배음은 어떻게 지워지고 노동하는 인간들은 어떻게 지워졌는지를 생각한다... 그런 영상들은 사람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로지 기계만으로 만들어졌다고 어필하는 편이 소비자들의 구매욕구에 더 좋은 영향을 끼치는 걸까? 소비자와 노동자는 분리되는 존재인가? 왜 사람들은 노동하는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고자 할까? 아무것도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에? 실감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인간의 노동에서 격리된 무결한 존재만을 생각하고 싶기 때문에?

모든 것에 무감해지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요즘은 모든 거대 자본이 소비자를 노동 문제에 무감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쨌든 내 일은 아니고, 나만 아니면 되고, 아무 생각 없고, 누군가의 노동 위에서 쌓아올린 편의와 편리를 의식조차 하지 못하고, 그렇게 살면 즐거울까 뭐든지 생각하지 않는 편이 즐거운 걸까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사계>를 듣고 있다

이 노래를 유머러스한 상황에 사용하는 영상매체 종사자들이 싫다

 

직업에 귀천이 있다면 그것은 자본가에 의해 만들어진 귀천이겠지

아니 요즘은 다른가

자본가만이 아니라 노동자들조차 그에 일조하고 있다

아아 이 리틀 자본가들이여

 

욕입니다.

모두 기립하시길.

 

다음 주에 봐요(보름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