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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11

일기를 써야지

결심한 이유: 아는 분이 등단하셨대서 검색하다가 그 분의 블로그를 봤는데 일기가 재밌었음. 그래서 쓰려고

그리고 뭔가 뇌를 빼고 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

 

 

3/4(월)

개 같 은 월 요 일

일어나서 근로하고 수업 듣고 문뜨 동방 소파에 앉아서 글 쓰다가 별바 정모 갔다가 다시 문뜨 동방으로 회귀함

별바 정모 가기 전에? 8시 쯤인가 그때 심장을 주세요 다 씀 근데 역시 저는 청각에 과의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말소리가 많으니까 내 리듬이 이상해지더라고

아 불만족스러워

습작이라고 생각하면 뭐 어쩔 수 없는 거긴 하지만 별로인 건 별로인 겁니다

더 잘 쓰고 싶고 더 치열해지고 싶은데 뭔가 천성적으로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약간 뭐든지 직면하는 게 쉽지 않구나 싶네요 그거 말곤 별 일 없었음 월요일 재미없어

 

 

3/5(화)

낮에는 그냥 수업 가고 수업 들었음 그게 다임

그리고 멍때리다가 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친절한 금자씨>를 켜서 절반쯤 보다가 문뜨 정모를 하러 갔습니다. 왜 켰을까요? 저번에 암매장 하이웨이 냈다가 합평에서 <헤어질 결심>에 대한 언급을 들었는데 그 이후로 박찬욱에 관심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근데 박찬욱을 검색하니까 이렇게 이영애 포스터가 딱 있는데 뭘 어떡하겠냐고 봐야지

진짜 너무 재밌더라 시작부터 너나 잘하세요 하는데 이때 진짜 비명 지를뻔 너무 행복해서

어쨌든 보다가 문뜨 정모를 갔습니다 근데 이번 학기 신입 부원이 열 몇 명? 이라서 사람이 너무 많을까봐 항공과 건물 어느 교실에서 정모를... 한다고... 정말 신기했어요 이것도 신선해서 좋아요 하지만 빨리 동방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동방이 더 아늑하잖아요

그리고 심장을 주세요 를 냈다 약간 실패작이라고 본다 암매장 하이웨이가 내 최고 아웃풋이면 어떡하지? 그럴 수는 없어... 그래도 뭐 나쁘지 않은 문장은 있습니다. 제가 꼽은 제일 괜찮은 문장은 '살아 있지 않습니까?'입니다.

계속 목숨에 집착하고 있어 탈출해야하는데 새로운 것을 써야하는데 그게 잘 안 됩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 인간이라면 정말 좋을 텐데

잘 안 되는군요

 

 

3/6(수)

새벽 3시에 방 들어와서 3시반부터 6시반까지 3시간 자고 활동한 날

정신이 나가 있었음

근로를 가고 수업을 가고 전날에 보다 만 <친절한 금자씨>를 다 봤습니다 정말 아름다웠어요 그래서 바로 재탕을 했어 두 번 본 거야 나 원래 영화 집중력 이슈 때문에 잘 안 봤는데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더니 하루 4시간씩 영화를 보고 막

정신이 나가 있었기 때문일까? 미칠 것 같더라 하지만 정말 아름다웠어 막 보고 나서는 너무 괴로웠고 금자씨 생각에 눈물이 났는데 나중에 복수 3부작을 전부 보니 알겠더군요 금자씨는 정말 아름다운 영화다. 전혀 괴롭지 않다. 이 정도 괴로움은 그냥 합당한 괴로움이다.

후반부로 갈 수록 색이 빠져서 흑백영화가 되는 버전이 있다고 하고 그냥 컬러 버전이 있다고 하는데 제가 본 것은 티빙에 올라온 컬러 버전입니다. 흑백 버전도 보고 싶어요 뭔가 조금 답답한 느낌이 있는데 그 답답한 느낌마저 내용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져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돼 그런 영화입니다. 언젠가, 넷플릭스를 끊는다면.

아 박찬욱이 되고 싶다

본인이 뭘 만들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 너무 부럽다 정말

 

별개로 밤에 나가서 친구들과 만났어요 미팅? 이라고 하면 좋을까요 근데 3시간만 자고 활동하려고 하니까 제정신이 아니게 되더라 평소 텐션이 50이고, 술 마셨을 때의 텐션이 63이라고 하면, 잠을 안 잔 저의 텐션은 10입니다. 10의 텐션으로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말을 하려 하니 바람 빠진 풍선 같은 목소리가 나왔어요 신기하죠. 새내기 때 바깥에서 밤을 샌 적이 있는데 그때는 제대로 걷지도 못함 약간 활동하는 것 그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가 됨

그래서 저는 적정 수면시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몸의 구조가 원래 그렇게 만들어져 있는 건진 모르겠는데 술을 마시면 항상 만취상태보다 토기가 먼저 올라오고, 저는 더러운 것을 정말 싫어해서 토하지 않도록 음주량을 필사적으로 조절하고 있기 때문에 영원히 만취할 수 없거든요 근데 약간 잠 안 잔 상태를 보면 만취했을 때 이런 느낌이겠구나 하는 게 감이 와요. 술자리에서 그러고 있다고 생각하면 아주 끔찍합니다. 그럼 난 집도 못 가고 도로에 누워서 잘 수도 있어

근데 그 전에 토하겠죠? 아 더 러 워 언제나 만취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지만 저라는 인간은 불결함에 대한 혐오가 더 강한 듯 합니다. 더러운 것은 아주 끔찍해요 전 끔찍한 걸 좋아하지만 그런 방향의 끔찍함은 제가 추구하는 바가 아닙니다

 

 

3/7(목)

조선선비가 녹강이었어

난 나머지가 다 비대면이니까 학교를 안 가도 되는 날이었다는 뜻이야

나는 뭘 했을까...

박찬욱 감독의 2002년 영화, 복수 3부작의 시작 <복수는 나의 것>을 봤습니다

기분이 너무 안 좋아져서 계속 생각하다가 결국 하루만에 두 번을 봤어요 24시간 중 4시간을 복수는 나의 것으로 보낸 셈이죠 가히 최악이었습니다. 정말 기분이 더러웠고요. 근데 그게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이렇게 막 뇌내보상회로가 미친 것처럼 불타올라서 결국 바로 재탕을 뛰었어

진짜 뭘까요 왜 그랬을까요 아 더러워... 불결해... 진짜... 근데... 변태적이야... 

약간 뇌 의 구조가 이상하게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체 어떻게? 그런 영화에 마음이 동할 수가 있을까요? 죽고, 죽고, 죽고, 죽고, 괴롭고, 죽고, 복수하고, 죽고, 발버둥치고, 죽고, 거기에 아름다움은 털끝만큼도 없고 오로지 복수의 굴레만이 있는데 심지어 재밌지도 않아 사운드는 내내 억제되어 있고 처음부터 한 시간 정도는 그냥 시놉에서 하는 얘기 그대로 해 결말은 보는 사람에 따라 엉뚱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 근데... 잊을 수가 없는 겁니다 그 엔딩롤을

노래가 나오는데 가사가 이래: 너에겐 정말 미안해 복수는 나의 것 너에겐 정말 미안해 어쩔 수 없잖아

 

뭐가 어쩔 수 없다는 거죠?

미쳤냐? 복수가 왜 너의 것이냐고

별개로 복수는 나의 것 - 어어부 프로젝트, 참 좋은 노래입니다 근데 그 영화의 121분을 견디고 나서 듣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더 온전하니까요. 근데 영화 자체를 추천하라 하면... 음... 비위가 적당히 괜찮고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창작물을 선호하는 특이취향을 가진 분들께는 추천! 이외에는 비추천

 

그리고 이거 보고 나서 아무것도 안함 그냥 계속 하루 내내 이 영화 생각했어요

 

 

3/8(금)

아침에 일어나서 근로하고 연습반 갔다가 근로하고 학생건강관리센터? 감

파팔라도 가면 되는데 그게 있다는 사실을 까먹었어

그대로 별바 동방 가서 알고개 assignment 풀다가 자다가 풀다가 피자 먹다가 과정인정시험 감독관 하다가 기숙사감

약간 제정신 아니었음 글이 안 나오더라고 이게 다 복수는나의것 이 빌어먹을 영화 때문에

그것 말고는 별 일이 없었습니다

 

 

3/9(토)

올드보이를 보고 침대에 누워있었음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있었음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있다가 문뜨에서 저녁먹재서 갔어요

파전과 칼국수를 먹었지... 지지미는 맛있었다 그리고 칼국수도 괜찮았다 근데 당떨어진채로 20분쯤 걸어와서 밥먹고 있으니까 어지러워서 머리가 핑글핑글 돌았음 근데 원래 그래요 갑자기 탄수화물 들어가면 어지러움 인간이라는게

그리고 카페를 갈라했는데 다 닫았더라고 ㅋㅋ 메가커피를 갔죠

 

메가커피 나와서 하는 얘긴데) 스모어블랙쿠키프라페는 단종되었습니다

아니 진짜 왜그럼?

왜 그러냐고 공차랑 쌍으로 지랄하네 진심

공차: 내 생명수와도 같은 초코멜로스무디 맨날 출시했다가 단종했다가 출시했다가 단종했다가 출시했다가 또 단종시킴

메가커피: 메가커피에서 스모어블랙쿠키프라페밖에 안먹는데 출시했다가 단종했다가 출시했다가 또 단종시킴

진짜 왜 그러세요? 안 팔리는 것도 아닐 텐데

아니 줬다뺏기 있냐? 있냐고 역으로 당신네 월급도 줬다가 다시 회수해도 되는 거지?

 

하여간 뭐 초코젤라또 추가해서 오레오 뭐시기랑 초코무스케이크 먹음 단거 먹으니까 힘이 나더라고요! ^^

그래서 걸어서 동방갔다가 소파에 앉아서 1시간쯤 대가리싸매다가 2시간쯤 소설 썼어

이것도 재미없어 엉엉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글 은 대체 어떻게 쓰는 겁니까

그냥 모르겠음 매주 아이디어 고갈임... 몰라요... 맨날 누가 죽어... 좀 그만 죽어 제발

근데 안 죽으면 귀신같이 재미가 없다

문뜨 정모도 매주 있는 겸 해서 한 주에 한 편씩 단편소설 쓰기가 이번 학기의 목표인데 벌써 적신호가 번쩍번쩍...

일단 글 7개 8개씩 나오는 정모에 소설을 들고가는 것부터, 기본적으로 읽고 와야 진행이 수월해지기 때문에, 읽고 싶은 글을 써야하고 또 읽어지는 글을 써야 한다는 그런 강박이 있음 간단히 말하자면요 재밌어야 된다는 겁니다 읽혀야 할 거 아니예요 합평시간 낭비하면 뒷풀이가 늦어진다고 그럼 난 또 3시간 자고 근로 출근해야 해

지금 보니 뒷풀이에 안 간다는 생각이 없군요?

룸메가 말했다 언니는 화요일 밤만 되면 술냄새 풍기면서 들어온다고

와 80년대 아빠 같음

돌아와서) 근데 저는 또 생각이 단순해요? 거의 뭐 아메바, 단세포생물, 아니 걔네가 나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수준의 공기, 라서 ㅋㅋ 생각이 없음 그냥 뭐... 어떤 말을 하고 싶다, 뭘 전하고 싶다, 무슨 플롯을 쓰고 싶다, 이런 게 없음 소재? 없어... 아니 뭐지? 소설 왜 씀?

그러게 진짜 왜 씀? 모르겠네요

ㅋㅋ 모르겠다

 

 

3/10(일)

부산? 양산 있는 친구가 대전 놀러와서 다른 친구랑 셋이서 만나기로함

오가다 가서 뭐 마시다가 오리연못 앉아서 거위 구경을 했어요 근데ㅋㅋ 거위들 성질 개 더러움 꽉꽉 저기서 소리치면 여기서도 꽉꽉하고 꽉꽉꽉꽉 미친 줄 알았어 하도 난리쳐서

 

나를 죽이러 오는 거위들의 모습

 

벤치 앉아서 한동안 구경했는데 쪼일까봐 두려움에 벌벌떨었다 졸라무섭다 얘네

까만눈에 광기가 번들번들하다

 

카이스트 서열

1위: 거위

2위: 총장님

3위: 외부인

4위: 학생 < 나 지금 여기

 

둔산가서 밥먹고 술마시고 노래방갔다가 기숙사 들어왔음 아주 표준적이죠

근데 진짜 섬뜩했던거

참이슬: 5500원

미치셨나? 진짜 미친게 틀림없다

7도짜리 별빛청하스파클링이 한병에 6천원 12도짜리 매화수도 아마 한병에 6천원 근데 참이슬이 5500원? 누가 5500원 주고 참이슬을 먹겠냐고 솔직히 별청도 개비싼데 맛있으니까 먹지 참이슬이 뭐... 맛이 있나? 제가 모르는 뭔가의 맛이 있을까요? 정녕 그런 것일까요? 아무튼 저는 그것을 모르기 때문에 5500원이라는 가격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상하다? 나 1년 전에 입학했는데 그때는 소주가 4천원이었다고 언제부터 5500원 됐는데 세상이 돌았나 진짜

 

친구는 부산권에서 대학을 다니기 때문에 좋은데이를 많이 먹는다고 하였습니다

저희 언니 또한 부산권이지만 교대였고 바로 앞에 진로가 있어서 학교에서는 진로를 많이 먹는다고 하였죠(그리고 개맛없다고 욕했습니다)

엄마 술 마시는 거 본 적은 없는데 마신다 하면 좋은데이겠죠? 그렇겠지 부산권인데... 아 근데 좋은데이 스파클링 개맛있음 내가 좋아하는 술: 좋은데이스파클링, 심술, 편의점얼음컵에 소주랑토닉워터랑좋은매실말아먹는거, 매화수, 별빛청하

애새끼죠? 원래 소주 잘 먹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됐습니다 그냥 넘어가세요

오직 나만이 참이슬로 술을 배움

이런 거 느낄 때마다 기분이 이상해져

 

 

 

하여간 기나긴 일주일 이렇게 끝

여러분은 복수 3부작 보지 마세요 정신 나가기 십상입니다